히어에프터 Hereafter, 2010 영화 일기 - 외국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 맷 데이먼, 세실 드 프랑스 주연

- 뭐좀 물어봐도 되요?
- 조지?
- 제가 대답을 안해줘도 괜찮아요? 만약 당신이 당신을 읽어달라고(죽은자와의 대화시도) 부탁하는 거면.. 메를린, 난 당신을 겨우 알게 됐어요. 하지만, 당신을 알고 있는 이상으로 좋아해요. 잠시전으로 돌아가서 이 얘기 없었던 걸로 하면 안될까요?
- 왜요?
- 왜냐면 우리가 문을 열고 내려가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돌아갈 수 있게요. 그렇게 돼야 해요. 제말은, 알잖아요. 누군가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건 좋은 거긴 하지만 사실은.. 아마 다시 (자신의 비밀을 몰랐던) 예전으로 돌아가는게 더 좋을 거 같아요.  

'히어 에프터'는 쓰나미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마리 (세실 드 프랑스), 사후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리딩 능력을 갖고 있는 조지 (맷 데이먼), 사고로 쌍둥이 형을 잃은 소년 마커스 (조지 맥라렌/프랭키 맥라렌)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둘러싼 3가지 삶의 풍경들이 덤덤히 (정말 덤덤히)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 말미에 서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마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2006)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하지만 마리와 조지와 마커스는 '바벨'의 인물들 만큼 서로의 삶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견뎌내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조금 위안을 얻게되는, 딱 거기까지만 보여주는 영화다. 어떤 장면도 관객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큰 소리로 울지 않으며, 화면은 마치 눈물을 어금은 눈처럼 어둠고 침울하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없다. 물론 영매의 능력을 갖고 있는 조지나, 사후 세계의 환영을 보게 되는 마리의 상황은 흥미롭지만 '히어 에프터'는 그 '능력'들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춘다. 그것이 아마 이 영화가 다른 상업영화들과 가장 다른 차이점일 것이다.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집중한다. 삶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둘러싼 죽음들에 귀를 기울인다. 먼저 세상을 뜬 사람들, 꼭 한번만이라도 다시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당신이 만약 그들에게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조용히, 마음속 다락방의 불을 켜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모든 영화는 연결되어 있다. 201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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