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 The Shameless, 2014 영화 일기 - 한국 영화


오승욱 감독 / 전도연, 김남길 주연, 박성웅, 곽도원 출연

하드 보일드 hard-boiled. 장르라기 보다는 스타일.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점에서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 영화에서는 보통 액션영화에 붙이는 수식. 그런데 '무뢰한'은 멜로영화다. 

"나랑 같이 살자는 거 거짓말 아니었지? 진짜같은데?"

SF 보다, 혹은 그 어떤 장르영화 보다도 멜로 영화는 판타지라고 믿는다. 우리가 가장 보고 싶고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 사랑의 속삭임들. 멜로의 세계 안에서 현실의 고민들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판타지 속의 주인공들은 데이트를 하다가 문득 취업 걱정, 병든 부모님 걱정, 혹은 세금 문제나 매장의 권리금 떼일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들 따위는 지리멸렬한 우리네 현실에서나 존재하는 것들. 판타지 속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감정 그것 뿐이다. 감정 만으로도 그들의 세계는 충분히 풍요롭고 아름답다. 그런데 영화 '무뢰한'은 하드보일드 멜로를 표방하고 나왔다.

이 영화의 전반부가 다소 지루한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 역시 들려주지 않는다.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도입부 이후 전개는 투박하게 이어진다. 범인은 이미 드러나 있고, 형사들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씬도 없으며, 혜경(전도연)과 재곤(김남길)은 서로를 무덤덤히 바라 볼 뿐이다. 그리고 차갑게 식어있던 그 감정들은 마지막 20분을 남겨두고 뜨겁게 끓어오른다. 아주 뜨겁게.

반전 영화가 아님에도 마지막 20분을 위해 나머지 100분을 견딜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형사고 넌 살인범의 애인이야. 나는 내 일을 한거야. 널 배신한게 아니야"

전도연의 연기는 눈부시다. 사실 '무뢰한'은 전도연의 신들린 연기 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감정을 숨기려고 짓는 미소의 서글픈 입꼬리가 파르르 떨릴때, "나 김혜경이야!" 악다구니 부르는 눈가의 힘줄이 뜨겁게 도드라질때, 클로즈업된 그녀의 표정에서 김혜경의 슬픔과 고단함과 처연한 욕망이 보인다. 우주의 어두운 그늘이 보인다.

사랑의 끝은 죽음 아니면 배신
그걸 알면서도 왜 우리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가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모든 영화는 연결되어 있다. 2015.05.31, 춘천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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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솔다 2015/11/07 00:46 # 답글

    개봉 당시에 인상 깊게 본 영화였어요.
  • 르노 2015/11/07 13:17 #

    반갑네요. 블로그를 옮겨오기전에 인사했었어요^^ 솔다님의 시를 좋아하는 1인 입니다
  • 솔다 2015/11/07 23:02 #

    +_+우오오오오우오오우오?!
  • kiekie 2015/11/07 10:58 # 답글

    재미있게 잘 본 영화입니다. 동행은 너무 우울하고 슬프고 축축하다고 하더군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 르노 2015/11/07 13:18 #

    네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만나고 싶은 세상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모두를 보듬지는 않는 영화에요
  • 2015/11/07 12: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1/07 13: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1/09 11: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1/09 14: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1/09 21: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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