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Zeze 논란과 관련하여 밤의 진술 (2015)

표현과 해석의 자유 문제는 진중권, 허지웅의 말이 옳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모든 판단과 해석은 독자(혹은 관객)의 몫이 된다. 더군다나 출판사가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그것을 대중적으로 매우 영향력이 큰 누군가가, 아주 희안한(혹은 저속한) 의미를 덮어 씌운 후에, 노래로 만들어 어마어마한 상업적 이득을 취할때, 그래서 작품속 인물이 변질되고 퇴색된 존재로 (그 책을 읽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될 때,

그 소설(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과 제제를 사랑한 모두는 아이유의 표현과 해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단지 모티브를 차용했을뿐이라는 무책임하고 황당한 해명을 가만히 듣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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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진중권의 '동녘'에 대한 비판글중 인신공격성 표현에 유감. '책 팔아먹는 책장사'들이라니. 이 표현에 계급적인 우월감과 특정 직업군들에 대한 멸시를 느끼는 것은 나뿐인가. 게다가 '동녘'은 단지 책을 팔아 돈을 벌고자 하는 출판사가 아니라, 사상의 자유조차 억압을 받던 1980년대에 한줄기 빛이 되는 책들을 참으로 많이 세상에 내놓았던, 그 이후로도 자신들의 세계관을 유지하며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준 출판사가 아니던가. 진중권이 그걸 모를리 없는데, '책 팔아먹는 책장사'라니, '최소한의 문학적 소양과 교양을 갖추라'니. 내가 평소 즐겨읽고 마음 속으로 따르던 그의 모습이 아니라서 많이 놀랐다. 

덧2, 관련 글들 

* zeze 가사 : 
흥미로운 듯, 씩 올라가는 입꼬리 좀 봐. 그 웃음만 봐도 알아 분명히 너는 짓궂어. 아아, 이름이 아주 예쁘구나 계속 부르고 싶어. 말하지 못하는 나쁜 상상이 사랑스러워 (중략)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 잎을 가져가.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 아이처럼 투명한 듯 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 아이유 :
"zeze는 소설 속 라임오렌지 나무인 밍기뉴의 관점에서 만들었고 제제는 순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잔인하다. 캐릭터만 봤을 때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다. 그렇게 때문에 매력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

* 동녘출판 :
그런데 밍기뉴 관점에서 만든 노래가 제제는 교활하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상처받고 있을 수많은 제제들을 위로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구요. 그런 작가의 의도가 있는 작품을 이렇게 평가하다니요. 물론 창작과 해석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입니다. 표현의 자유도 대중들의 공감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제제에다가 망사 스타일을 신기고 핀업걸 자세라뇨.. 핀업걸을 굉장히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가 다분합니다. (이하 생략)

* 진중권 :
아이유 '제제'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묻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죠. 문학에 대해 표준적 해석을 들이대는 것은 역사를 국정화하는 박근혜보다도 수준 떨어지는 행위입니다. 저자도 책을 썼으면 해석에 대해선 입닥치고 있는 게 예의 입니다 저자도 아니고 책 팔아먹는 책장사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 아무리 장사꾼이라 하더라도 자기들이 팔아먹는 게 책이라면, 최소한의 문학적 소양과 교양은 갖춰야죠. 대체 뭐하는 짓인지.. 게다가 망사 스타킹이 어쩌구 자세가 어쩌구.. 글의 수준이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어휴. 포르노좀 적당히 보세요

* 어느 블로거의 진중권 패러디 :
아이유도 가사를 썼으면 해석에 대해선 입 닥치는 게 예의 입니다. 아이유도 아니고 아이돌 팔아먹는 기획사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지. 아무리 장사꾼이라 하더라도 자기들이 팔아먹는게 아이돌이라면, 최소한의 도덕적 소양과 교양은 갖춰야죠. 대체 뭐하는 짓인지..

* 허지웅 :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다 제제는 출판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 아이유 사과문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저에게도 정말 소중한 소설입니다. 저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제 음악을 들으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듣고 제 가사가 충분히 불쾌한 내용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 많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드리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적으로 제가 작사가로서 미숙했던 탓입니다.한 인터뷰에서 제가 한 말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께서 놀라신 것으로 압니다. 저는 그 인터뷰에서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다섯 살 어린이가 아닌 양면성이라는 "성질"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린이가 언급된 문장에서 굳이 "섹시하다"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해를 야기한 저의 불찰입니다.

* 소재원 작가 (영화 '소원' 원작자) :
예술에도 금기는 존재한다. 내 순결한 작품을 누군가 예술이란 명분으로 금기된 성역으로 끌고 들어간다면 난 그를 저주할 것이다. 최후의 보루는 지켜져야 예술은 예술로 남을 수 있다. 그보다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평론가 따위의 말장난이 더 화가 난다

* 이외수 : 
전시장에 가면,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 라는 경고문을 보게 됩니다. 왜 손 대지 말아야 할까요


* 허지웅 :
이외수 작가님은 자기 작품이 박물관 유리벽 안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박제되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 이외수 :
누군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평론가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평론가는 전봇대만 보면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는 개와 흡사하다는 논지의 대답을 했었지요. 저의가 어떻든 전봇대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겠지요

* 전남진 시인 :
아이유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란 작품에서 제제와 밍기뉴 모티브를 따서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면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모티브만 따간 게 아니라 등장인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보통 출판권만 가지므로, 2차 저작물을 만들 때는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면 출판사가 아닌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불한다. 이를 원작료라 한다. 헌데 대중가요는 영화와 다른가.


링크 :

'독자의 탄생과 저자의 죽음' - 롤랑바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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