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과 뉴 할리우드 시네마' - 김영진 옮겨 놓고 싶은 구절들

흔히 류승완이 과대평가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과소평가된 감독에 가깝다. 그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적도, 국제 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적도 없다. 불운하게도 그는 장르영화의 전범으로도, 작가 영화의 색깔로도 조금씩 부족한 영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르영화의 자장 안에서 작업했지만 그의 영화가 장르영화의 규칙을 제대로 지킨 적은 없다. 그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영웅이 되기에는 어딘가 빠진다. 게다가 류승완은 1970년대의 뉴할리우드 영화의 특질이었던 작품의 불균질성을 당당하게 내세운다. 어떤 대목에서든 류승완의 영화는 과잉으로 치닫고 대개는 그것을 봉합하지 않은 채 과잉 그 자체로 내러티브의 흐름 옆에 놔둔다. 서사가 멈칫한다거나 길게 늘어지는 것에도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주먹이 운다' 역시 감상주의를 배격하고 밀어붙이는 클라이맥스의 복싱 경기 장면이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짐승들의 울부짖음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과유불급이라고 할 만큼 지나친 클라이맥스는 그의 연출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과잉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류승완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렸다. 
- 김영진, 씨네21 no.778, '이제 그의 주인공도 행복해지면 안될까? - '부당거래'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최철기에 대한 동병상련'中. 2010.11.19


*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란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 영화를 지칭하는 폭넓은 역사적 의미의 용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1970년대 초반 이후의 미국 영화를 논할 때 사용된다. 196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도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공동으로 선언문을 발표하거나 집단적인 행동을 보여 주지는 않았지만 사회의식을 담고 있고 혁신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67년은 영화 제작 규정 철폐와 영화 등급제도 시행으로 헐리우드 영화산업이 큰 변화를 겪는 출발점이 된다. 이때 개봉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졸업'(1967), '와일드 번치'(1969) '이지 라이더'(1969)등이 저예산으로 개봉해 크게 성공을 거둔다. 뉴 할리우드의 등장은 스튜디오 제작자들의 방향 전환을 가져왔다. 그들은 유명 감독 대신 신진작가와 감독 들을 영화학교에서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할리우드로 들어온 인력들은 '작가주의 정신과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것은 곧 할리우드에도 '작가주의 상업화' 전략으로 이어졌으며, 스타 감독이라는 현상을 상업적으로 유용하게 만든 시기이기도 하다.

케이블 TV와 홈비디오 같은 새로운 배급 체계와 미디어 기술 경쟁과는 상관없이 블록버스터 현상이 가속화된 1970년대 중반은 할리우드가 고전적 시기 이후에 산업 안정과 경제 활성을 지속한 첫 번째 시기였다. 따라서 1975년 이후의 시기를 '뉴 할리우드'라는 용어로 부를 수 있으며 '고전적' 시기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뉴 할리우드가 도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한 편의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죠스'(1975)였다. '죠스'는 5년 여 동안의 할리우드 불황에 종지부를 고하고 고제작비, 고기술, 고속 스릴러의 시대로 인도했다. '죠스'의 개봉은 1970년대 중반 영화산업 안팎에 발전을 가져왔다. '죠스'는 '러브 스토리'(1970), '대부(The Godfather)'(1972), '엑소시스트(The Exorcist)'(1973)처럼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었다.

'죠스'의 마케팅은 바로 후속 블록버스터들의 교과서였다. TV 스폿을 비롯한 대대적인 광고와 연관 판매, 전국 동시 개봉이 핵심 전략이었다. 특히 '끼워 팔기(tie-in)'로 불리는 연관 판매 사업은 〈죠스〉 흥행 성공의 척후병이었다. 사운드트랙 앨범, 티셔츠, 플라스틱 컵, 영화 제작 과정을 담은 책자, 원작 소설, 비치 타월, 담요, 상어 복장, 장난감, 장난감을 담는 통, 놀이 기구, 포스터, 상어 이빨 모양을 한 목걸이, 잠옷, 물총 등이 영화와 함께 끼워 팔기 품목에 올랐다. 원작 소설은 사전에 판권 계약을 한 뒤, 영화 개봉에 맞춰 출판되었다. 주제 음악은 개봉 이전부터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흘러나갔다. 마케팅에 소요된 비용 250만 달러 대부분이 영화 개봉 1주일 전에 사용되었다.

'죠스'는 기본적으로 액션과 스릴러, 거기에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 유형을 섞은 잡종 장르영화였다.
'죠스'는 '킹콩(King Kong)', '새(The Birds)'처럼 자연의 복수를 다룬 괴물영화 전통에 따르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는 상어가 '로즈메리의 아기(Rosemary's Baby)'나 '엑소시스트'의 사탄처럼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한다.

기술적으로도 '죠스'는 관객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추적영화(chase film)'에 빚지고 있다. 연기, 카메라 워크, 편집,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음악 등의 기술적 효과는 긴장과 서스펜스를 배가시켰다. '죠스'는 사회적, 산업적, 경제적 현상으로서 영화적 아이디어와 문화적 상품이었다. 그리고 영화산업의 경향과 실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커뮤니케이션 북스, 할리우드 영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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