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안경을 처음 맞춘날 밤의 진술 (2015)

나는 5학년 때 처음 안경을 썼다. 그때 반에서 안경쓴 남자애가 한 두명 있었던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처음 안경을 쓰고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상당한 관심을 받던 때였다. 안경을 쓰면 공부 잘해보인다는 소리를 듣던 때니까. 

수는 담담했고, 진은 울먹였다. 수는 맨 뒷줄이라 칠판 글씨가 안보인다고 말했다. 나와 강아지풀은 즉각 안경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겨울 이미 안과에서 처방은 받아놓은 상태였다. 수는 당장의 필요를 느껴서인지 의외로 담담했다. 반면 진은 교실에 갑자기 안경을 쓰고 가면 아이들이 놀릴 것만 같다고 울상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스러운 성격의 수는 의외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지난 여름 바닷가 캠핑장에서 갑자기 폭우와 돌풍을 만났을때, 텐트가 날아갈 것 같다며 운 것은 진이었다. 수의 조금도 흔들림 없는 표정이 나를 놀래킨 게 사실이다. 오늘도 그랬다. 상대적으로 진은 친구들의 이목을 신경 많이 쓴다. 매사에 본인의 좋고 싫음이 아니라 친구들이 싫어할까봐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찌되었든 1인당 안경값은 12만원. 졸지에 24만원 지출.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짜장면에 탕수육 까지. 하필 눈 나쁜 걸 닮아서.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될 즈음이면 더 좋은 세상이 와서 시력 쯤은 약 몇알 먹고 나아지겠지. 나 어릴때 라식 수술 같은 건 상상도 못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집에 PC가 생기는 바람에 맨날 오락해서 눈이 나빠진 거고, 아이들은 대체 왜 눈이 나빠진 걸까. TV도 주말에만 보게 하는데. 어려서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힌 걸까. 

둘의 시력은 0.5다. 막상 안경을 맞추니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눈이 잘보이니 수는 기분이 오히려 더 좋아졌고, 진 또한 수의 안경에 큰 관심을 보이며 계속 한번만, 한번만 하며 빌려 썼다. 똑같은 안경테가 없어서 일단 수의 것만 오늘 맞추고, 진의 안경은 토요일에 찾으러 가기로.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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