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70 Gangnam Blues, 2014 영화 일기 - 한국 영화


유하 감독 / 이민호, 김래원, 정진영 주연, 유승목, 설현, 이연두, 정호빈 출연 

"땅종대! 돈용기! 어디 한번 끝가지 가보자!!"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고아원에서 만나 함께 넝마주이로 살아간다. 가진것 없지만 친형제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어느날, 우연히 조폭 길수(정진영)의 일당들의 버스에 올라탄다.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부족한 인원수를 채우려 합류하게 된 것. 아수라장이 된 전당대회 현장에서 용기와 헤어지게 된 종대는 길수의 조직원으로 살아간다. 3년후, 종대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끼어들고, 그 과정에서 명동파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한다. 

꽤나 흥미로운 소재. 한국 사회의 정치와 공권력과 조폭이 어떻게 공생관계를 이루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Once Upon A Time in 강남, Natural Born 졸부. 우리는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회를 살아왔던가. 수많은 청춘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한강의 기적. 그 과실은 지금 다 누구의 금고에 들어가 있나. 결국은 정치권에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종대와 용기의 비극은 우리 근대사의 서글픈 비화(祕話).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을 좋아한다. 그의 감수성은 1970~80년대 서울의 들뜬 정서를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다. 종대와 용기가 부동산 광풍에 휩쓸린 강남의 밤거리를 헤멜때, 말죽거리 어딘가에선 현수(권상우)와 은주(한가인)가 one summer night을 듣고 있겠지.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대한민국 학교 다 좆까라 그래!'라는 외침은 '강남 1970'에서 '대한민국 다 좇까라 그래!'로 확장된다. 평생 월급 한푼도 안쓰고 모아봐야 서울에서 내집 사기란 요원한 세상에서, '미싱질 백날 해봐야 일당 오십원도 못받습니다. 언제 사람처럼 살겠습니까?'라는 종대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 나뿐일까.   

사람처럼 살기 위해, '장화 신고 왔지만 구두 신고 나가기' 위해 종대와 용기는 불나방 처럼 달려든다. '강남 1970'은 둘의 처절함 몸부림을 통해 한 시절의 욕망과 의리, 그리고 배신을 담아낸다. 이 영화의 드라마는 유하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탄탄하고 묵직하다. 다만 종대와 용기 외에도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야기는 분산되고, 정작 용기의 사연들이 많이 생략된 느낌을 준다. 길수와 민마담, 길수의 딸 설현, 서태곤(유승목), 이현경(이연두), 양기택(정호빈), 박승구(최진호), 안기부장(엄효섭) 등 감독은 모든 등장인물에 애정을 듬뿍 담아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135분의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진다. '강남 1970'의 스토리는 영화 보다는 드라마에 적합한 소재가 아닐까, 혹은 영화를 1,2부로 나눴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제작진이나 배우들 모두 고생이 많았을 '진흙탕 액션씬'은 꽤나 근사했다. 한국 느와르 액션의 몹씬으로는 비주얼 적으로 거의 최고가 아닌가 싶다. 
- 설현 캐릭터와 그녀의 이야기가 가진 전형성에는 불만. 굉장히 착하고 예쁘게 나오지만 사실 아버지 가슴에 대못을 박는 캐릭터. 종대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설정된 인물이지만, 가족 모두 어려운 시기에 부자집에 시집갔다가 남편에게 매맞고 돌아오는 이야기는 좀 고루하다는 생각. 차라리 용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모든 영화는 연결되어 있다. 201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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