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Vengeance Is Mine, 1979 영화 일기 - 외국 영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 오가타 켄, 바이쇼 미츠코, 미쿠니 렌타로 주연 

- "하마마츠 사건 말인데, 그건 너한테 몇번이나 들었어도 이해가 안가는데"
- "모르겠지. 그건 죽인 나도 모르니까. 하마마츠에선 3명 죽였어"
- "3명? 그 할머니랑 여자말고?"
- "여자 뱃속에 내 아이가 들어있었거든" 

강렬하다. 일본은 1979년에 이미 이런 걸작을 만들어 냈다.  

담배차 운전수 에노키즈는 담배전매공사의 수금원 2명을 살해하고 현금을 탈취한다. 이후 현상수배가 된 그는 사기행각을 벌이며 하마마츠 지방의 하숙집에 교수로 위장해 숨어든다. 에노키즈는 살인에 주저함이 없고, 죄의식도 없으며, 돈과 섹스에 집착한다. 한편 에노키즈의 아버지는 남편을 못견디고 떠난 며느리 가즈코를 찾아 깊은 산속까지 찾아온다. 시아버지의 간곡한 청원에 가즈코는, 남편 에노키즈 때문이 아니라 시아버지인 시즈오 때문에 다시 돌아가겠노라고 말한다.

영화는 에노키즈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복수의 대상이 정확히 누구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어린시절 에노키즈가 목격한 아버지의 비굴함 - 에노키즈는 자신의 재산(배)을 군부에 빼앗기고도 오히려 머리숙여 사죄하는 아버지를 경멸하고 멸시한다. - 그때부터 시작된 에노키즈의 반항에 대해서만 짧게 묘사할 뿐이다. 이것은 단지 영화의 서사 만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무엇이 에노키즈를 괴물로 키웠는가. 에노키즈의 아버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고, 어머니는 에노키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영화 속에서 에노키즈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대하는 대상은 어머니다). 결손 가정도 아니었고, 그가 부모의 사랑을 못받고 자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 대한 경멸과 멸시는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어떤 경향으로 보인다. 해방후 1960년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가 혼란의 연속이었듯, 패전후 그 시절을 맞이한 일본 또한 상당히 혼란스러웠으리라. 특히 전쟁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세대를 바라보는 그들의 후손들이 겪었을 혼란에 대해 나는 아직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 처음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혹시 에노키즈라는 괴물은 전후의 혼란기가 낳은 사생아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무능력하고, 자신의 부인과 근친상간을 할 정도로 비윤리적이며, 걸핏하면 종교 안에 숨어버리는 비겁자는 아니었을런지.

'복수는 나의 것'은 에노키즈가 경찰서로 이송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눈 내리는 산속 깊숙한 도로 위를 세대의 차량이 달리는 첫장면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영화임을 짐작케 한다. 에노키즈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는 오프닝부터 부각된다. 
- "형사님은 몇살이오?" 
- "55세다" 
- "난 사형이겠지? 한 3년 뒤에 목매달린다 치면 난 40살이겠군. 어쨌든 난 당신 나이까지 살 수 없다 이거지. 나보다 십년이상 쓸데없이 더 살고도 또 부질없이 살 수 있겠군. 불공평하다니까 세상이란" 
- "사람을 4명이고 5명이고 죽여놓고 그게 할말이야?" 
- "난 사라지겠지. 그쪽은 살아갈 거고. 하지만 당신도 죽어" 
그리고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에노키즈

이후 경찰서에 도착한 이들이 취조를 시작하면서, 영화는 플래시백되어 에노키즈가 78일동안 벌인 도피행각을 그린다. 연쇄 살인마의 뒤를 밟는 영화지만 '도망자'(1993)나 '추격자'(2008)식의 쫓고 쫓기는 흔한 스토리가 아니다. 오히려 상식 밖의 드라마가 펼쳐지며 범상치 않은 대사들과 영화적인 순간들 - 이를테면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갑자기 에노키즈 공개수배 화면이 상영되는 것. 아 그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과 두 사람(하루와 에노키즈)의 표정이란! - 이 가득하다. 영화 후반부, 사람을 죽여 형무소에서 살다나온 하루의 어머니(기요카와 니지코)와 에노키즈가 함께 걷는 장면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에노키즈와 그의 아버지 시즈오, 며느리 가즈코, 하숙집 주인 하루와 하루의 어머니 히사노 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들 중에서 에노키즈역의 오가타 켄과 스지오 역의 미쿠니 렌타노, 히사노 역의 기요카와 니지코는 이제 세상에 없다. 며느리 바이쇼 미츠코는 일본판 '수상한 그녀'의 할머니 역할로 현재 촬영중이라고 한다. 하루역의 오가와 마유미의 최근 소식은 알 수가 없다. 

상영시간 139분

- 여자는 성녀와 창녀 뿐인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과 조금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모든 영화는 연결되어 있다. 2015.11.23)  


덧글

  • BaronSamdi 2015/11/25 15:15 # 답글

    아.......좋은 영화 보셨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난데 밸리에 올라있기에 반가운 맘에 글 남겨봅니다.
  • 르노 2015/11/25 22:41 #

    네 정말 좋은 영화 더군요. 저도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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